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개발자라는 직업을 택하고, 개발자가 된 지금도 개발자가 되기 이전에도 귀가 닳도록 들었던 조언이 있다.
"개발자로서 롱런하려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나중에는 몸이 아파서 정말 못 할 수도 있어요."
평소에도 종종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하는 경우에 적은 통증이 있었던 나는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사무직은 신체 활동이 적어 따로 시간을 내어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공감이 갔다. 그래서 처음엔 PT와 필라테스를 등록하여 배우며 운동을 시작했다. 혼자서 해볼 수도 있었지만, 유연성과 자세의 문제인지 운동 이후에 적지 않게 통증이 찾아오는 과정이 수반되었다. 근육이 성장하는 통증이 아닌 잘못 된 부분에 오는 통증 말이다. 하지만 심폐 지구력을 기르는 운동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렇게 러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찾아오는 러닝의 고통
러닝을 시작하자마자 벽에 부딪혔다. 런닝머신에서 8km/h ~ 14km/h 인터벌 훈련을 해보았지만, 정강이 통증이 심해 오래 달릴 수 없었다. 2분 달리고 1분 쉬고를 4번만 반복해도 아파서 더 이상 진행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회사에서 러닝을 즐기는 동료에게 조언을 들었다.
"러닝화의 보조를 받으면 한결 편해질 거예요. 발 검사를 받아보고 신발을 맞춰보세요."
당시에 러닝이 갑자기 유행을 타게 되어서 발 검사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뭔가 나 또한 자연스럽게 그러한 유행에 탑승 한 게 아니었을까?) 발 사이즈, 발의 회전, 평발 유무, 발목 가동성 등을 보며 안정성을 더욱 잡아줄 수 있는 러닝화를 맞춘 후, '런데이' 어플의 입문자 코스를 따라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20분 이상 달리면 정강이 통증이 찾아왔다. 군대에서 꾸준히 조깅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사용 근육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주법을 바꿔보자
필라테스 선생님과 상담했더니 "발목 가동성이 좋지 않아 발목에 힘을 과하게 주며 달리는 것일 수도 있다." 피드백을 받았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유튜브에서 장거리 달리기 주법을 찾아보았다. 초등학교 시절 때부터 체육 대회에 늘 단거리 계주를 나가고는 했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뛰고 있던 주법은 장거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자세를 적용하자 정강이 통증은 줄었지만, 햄스트링 근육에 부담이 왔다. 헬스장에서 햄스트링 보강 운동을 병행하며 체력을 보완해 나갔다. 아래는 당시에 보았던 유튜브이다.
목표 설정: 쉬지 않고 10km 달리기
러닝이 점점 익숙해지며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쉬지 않고 10km를 뛰어보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달려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꾸준히 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혹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날이 추워서 등.. 러닝을 할 수 없게 내면에서 올라오는 여러 유혹들은 참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주에 2번 정도는 러닝을 할 만한 체력이 있어서 평균적으로 두 번정도 진행을 해주었다. 그렇게 몇 주, 몇 달이 지나며 5~6km는 익숙해졌지만, 35분간 러닝 후 자연스럽게 쉬고 싶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간 제한을 두고 있는 '런데이'의 입문자 코스 대신 거리 기반 측정이 가능한 나이키 어플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도전의 날: 10km 완주
인생에 무엇인가 도전하고 싶은 날이 즉흥적으로 찾아오듯이 2025년 1월 26일, 평소보다 따뜻한 날씨에 도전 욕구가 솟구쳤다. 뭔가 오늘 하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또한 최고로 올라와있는 상태였다. 10km를 완주하게 되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 6km
늘 달리던 거리 만큼이어서 그랬겠지만 평소와 다름 없이 노래를 들으며 풍경을 구경하며 별 생각 없이 달렸다. 평소랑 다른 점이 있었다면 평소에는 3km 정도 뛰고 3km를 되돌아오며 거리를 채웠는데 오늘은 10km를 뛰어야 하므로 처음 보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러닝을 할 때에는 새로운 풍경, 바뀌는 풍경을 보는 것 또한 작은 즐거움이지 않나 싶다.
6km ~ 8km
슬슬 comport zone 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몸은 마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듯 "조금 쉬면서 뛸까?" 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침범해오기 시작했다. 내면에서 두 개의 자아가 경쟁을 시작했고 갑자기 머릿속으로 한 장의 그림이 떠올랐다. 어디서 봤던 그림인지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광산을 조금 만 더 파고 들어가면 보물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뒤돌아가는 사람들과 끝까지 파서 보물을 얻어내는 사람들의 그림이었다. 인생에서는 때때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수 없이 많이 보게 되고, 반복하게 된다. 해당 그림이 떠오르자 자연스럽게 다시 의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많은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려면 이런 순간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달리었다.
8km ~ 완주
8km 정도 뛰면서 목표에 한 층 더 가까워지고 평소에 내가 뛰었던 풍경을 다시 보게 되자. 거의 다 왔다는 사실이 내 머릿 속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체력적으로도 갑자기 조금 더 편해졌고 마지막 2km는 작은 목표로 인터벌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100 ~ 150m / 400 ~ 500m 주기로 인터벌을 시작했다. 아마 이때가 "러너스하이"의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목표했던 10km를 완주했다.
목표 달성 후 회고
생각보다 힘들기도 했고, 오늘 아침에는 고관절 통증이 살짝 찾아오기도 했지만 목표를 이루었기에 나쁘지만은 않은 고통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도전이 내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내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을 자연스럽게 강화해주었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했으면 끝이 아니 듯 다음 목표를 한 번 세워봤다. 이 목표는 언제쯤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확실하지는 않다.
- 10km 마라톤 참가
- 하프 마라톤 도전
인생은 수 많은 도전과 실패 그리고 그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간다면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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