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계속 생각을 하던 2025년 2월 16일 오전, 눈 내리는 겨울 아침이었다. 생각을 머리 속에 담아두며 길어진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예약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하거나 조금 늦을 수도 있는 그런 시간 여유롭게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며 미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스럽게도 제 시간에 도착하여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처음 뵙는 인턴분이 긍정적인 목소리와함께 안내를 도와주셨다. 머리를 정리하기 이전, 인턴 분은 머리를 감겨주기 시작했다.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거친 움직임 없이 옷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세심한 손길 하나 하나에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도 배려심이 많은 분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인턴 생활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게 조심스러운 시기이신걸까. 마치 나의 신입 시절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날. 실수할까 두려워 매 순간 긴장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머리를 감긴 후, 인턴 분은 조용히 내 자리를 안내했다. 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미소와 함께 디자이너님께서 다가오셨다. 이전의 커트 이후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지난번보다 스타일링이 어려워진 점, 앞으로의 관리 방법을 논의하며 디자이너님께서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디자이너님의 적절한 솔루션을 들으며 다음에는 솔루션 해주신 방식으로 실천을 해봐야하지 생각한다. 그리고 커트의 시작 이후 눈을 감으며 다시 고민의 상태로 들어간다. 잔잔한 음악, 머리를 다듬어주시는 부드러운 손길 덕분일까, 머릿속도 정리가 되면서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떠오르고 마무리가 되는 시점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디자이너님께서는 어떻게 고객마다 다른 머리 스타일과 요청을 해결하는 걸까? 디자이너는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을 만나고, 각기 다른 두상과 모질을 고려해야 한다. 과연 이런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그리고, 이런 질문들은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프로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신입 디자이너가 처음으로 고객을 맡던 날. 수많은 연습 끝에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익숙치 않은 스타일을 요구하는 고객이 나타났다. 신입 디자이너는 당황스럽다. 연습한 적 없는 스타일을 시도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다른 고연차분께 고객님이 원하시는 스타일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내가 직접 시도해야 할까 고민을 한다. 하지만, 신입 디자이너는 이미 디자이너로서 헤어 살롱에서 돈을 받으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전달해드려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연차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받기를 원할 뿐 그들에게는 단순히 ‘디자이너’일 뿐이었다. 고객님께서는 스타일링 이후 거울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게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신입 디자이너는 환한 미소를 유지한 채 고객를 배웅했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아쉬움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날 밤, 신입 디자이너는 남아서 가발을 손에 든다. 다시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반복을 거듭한다.
나는 신입 디자이너의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다른 업계에서 프로가 되기 위해 연습하던 시절.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 앞에서 분노하기도 했다. 억울했던 걸까? 아니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던 걸까? 몸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렇게 밤을 새우며 연습한 끝에, 마침내 아침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드디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변화를 느꼈다.
다시, 현재로 들어와 나는 지금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내가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에 스스로를 위축시키기도 했고, 신입이라는 타이틀로 하여금 때로는 외면하기도 하면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해 자책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란 그런 것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끝없는 반복 속에서 성장하는 존재. 어떤 업계에서든 돈을 받고 일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프로이다. 주어진 문제를 피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배워나가며 해결해 나가는 것. 즉, 프로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며 증명해내는 사람이다.
어느정도의 생각 정리가 끝났을까. 디자이너님은 거울에 머리를 비춰주셨다. 잘 정리된 머리처럼, 내 마음 속 다짐도 단정하게 정리된 기분이었다. 디자이너가 내게 미소를 건넸고, 나도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입 디자이너가 가발을 손에 쥐고 연습을 거듭했던 것처럼 나 또한 고민하고, 연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 신입 디자이너의 환한 미소를 뒤로하고 미용실 문을 열자, 차가운 겨울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도 내 마음은 프로로서의 열정으로 다시금 뜨거워졌다. 나는 한층 단단해진 결심과 함께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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