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위키에 따르면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갈등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대화의 정의처럼 서로의 마음이나 욕구를 진심으로 들여다보며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장 빈번하게 겪는 갈등은 대화 방식에서 비롯된다.
- 상대방의 의견은 듣지 않고 자기 의견만 고집하는 형태
- 상대방이 싫어할까 두려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 형태
- 대화 자체가 두려워 아예 피하는 형태
나 또한 지금까지 예시로 든 모든 갈등 상황을 경험했다. 나 자신일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다.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다툼들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아쉬움을 느끼면서 우리는 대화를 더 잘하는 법을 발전시키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앞으로 다양한 상황과 경험을 겪으면서, 지금 내가 가진 대화에 대한 가치관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대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비폭력 대화(NVC)』라는 책을 읽었다. 이 글은 나의 다양한 경험과 최근 읽은 책을 통해 현재까지 내가 정의 내린 대화 방식이다. 앞으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다시 정의하게 될 수도 있다.
『비폭력 대화(NVC)』에서는 대화를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 관찰: 판단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하기
- 느낌: 관찰한 내용에 대한 순수한 감정 표현하기
- 욕구: 그 느낌 뒤에 있는 나의 욕구 표현하기
- 부탁: 앞선 과정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부탁하기
그러나 실제로 많은 대화 상황에서 판단 없이 순수하게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대화는 단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들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표정과 태도를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주관적인 판단을 하도록 만든다. 나 또한 상대방과의 대화 중 무의식적으로 나만의 판단을 더하게 되면서,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갈등 상황을 만들어내곤 했다.
직장과 같이 명확한 소통이 중요한 환경에서는 NVC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업무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업무에서 질문을 주고받을 때, 명확한 컨텍스트를 설정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은 오해를 줄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새로운 기능을 요청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기획자: "이번 주에 개발을 요청했던 기능이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관찰), 출시 일정이 밀릴까 봐 걱정이 돼요(느낌). 앞으로 업무 계획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욕구). 혹시 진행 상황을 매일 아침 간단히 공유해 줄 수 있을까요?(부탁)"
개발자: "아, 개발 일정에 대해 자주 공유되지 않아서 걱정하셨군요(느낌). 저도 일정 관리에 대한 명확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어요(욕구). 앞으로 매일 아침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하겠습니다(부탁 수용)."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특히 가족이나 연인과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 NVC를 지나치게 적용하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위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나치게 형식화된 대화는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기계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사람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며,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느낀 '공감'은 그 사람과 완전히 같은 감정을 공유 혹은 동화 한다기보다,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픈 일이 있을 때 그저 가만히 들어주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상대방의 기쁨을 증폭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는 NVC를 형식적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 속의 사소한 갈등이라면, 가벼운 농담이나 편안한 말투만으로도 감정을 나누고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 다만, 나에게는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언제나 배려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반면, 가치관의 충돌처럼 관계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서로의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입장을 경청하며 절충점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관계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만약 한쪽이 갈등을 두려워해 솔직한 대화를 피하게 된다면, 관계는 점차 표면적인 수준에 머무르게 되고 결국 일방적인 양보로 인해 지치게 될 수 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관계의 대화법은 다음과 같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나의 내면을 명확히 전달하고,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며 함께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갈등을 두려워 피하지 않고, 때로는 서로 부딪히면서도 꾸준히 솔직한 소통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돌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부딪히고 맞닿는 과정은 때로 갈등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깎이고 다듬어지며 서로에게 맞춰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조율해 나가다 보면, 점차 함께 굴러갈 수 있는 동그란 돌이 되어간다. 대화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부딪힘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결국에는 더 깊은 신뢰와 공감을 쌓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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