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연간 회고를 작년에 시간 순서로 작성을 해봤다. 연간 회고를 한 번에 작성하려고 하니 기억이 안나는 것도 많고, 작성하는데에도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경험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년도는 먼저 분기별로 작성해보고자 한다.
특히, "글을 쓰는 또라이들의 모임" 이하 "글또" 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예정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많이 접해보지도 못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1월, 2월, 3월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알아보고 몰랐던 모습들을 알아 볼 수 있었던 인생의 터닝포인트 였기 때문이다. 더욱 '나'로 살아 갈 수 있게 해준 커뮤니티이다.
1월
폭풍의 눈과 같던 회사 생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번아웃이었다.
이미 『마음 지구력』을 통해 '번아웃'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걸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 아마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2024년 시장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함께 의지하던 동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났다. 회사의 분위기도 급격히 위축되었다. 예정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나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용 감축 프로젝트'가 맡겨졌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하지만, 팀장님께서는 현재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응원이 있었다.
'내가 과연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함께, 동시에 묘한 흥분이 찾아왔다. 신입인 내가 크고 작은 인프라를 책임지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도전 의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냈다.
RI만 사용하기 위한 리소스 감축, 개발용 DB 통합, Redis 통합, Kubernetes 자원 관리, 대규모 데이터 압축 등을 진행했다. 인프라 작업은 예측할 수 없는 장애를 동반했기에 긴장했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나는 '문제 해결을 즐기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지나고 보니, 그 시기는 말 그대로 폭풍의 눈 한가운데였다.
바깥은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나는 정신없이 일을 하며 중심을 잡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단단해졌던 시간이었다.
웃는 남자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만들어지는 조화의 소리, 조화의 모습을 좋아하는 나는 뮤지컬과 오케스트라를 참 좋아한다. 이번에는 웃는 남자를 보러 가게 되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마음에 비해 실제로 많이 보러 가지는 못했지만, 갈 때마다 뮤지컬은 늘 내 기대 이상의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전혀 알지 못했던 뮤지컬 넘버를 들었을 때 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꽉 찬 소리는 언제나 나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조시아나 여공작 역을 맡은 김소향님의 「내 안의 괴물」을 들었을 때의 전율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만큼의 감동은 쉽게 다시 오지 않지만, 가끔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고 싶을 땐 유튜브에 올라온 넘버를 찾아 듣기도 한다.
또, 우르수스 역을 연기한 민영기님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대라는 인식을 지워낼 정도로 나의 현실감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그 이후로 나는 어느새 무대 속 세계관의 한 등장인물이 된 듯한 몰입감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는 강렬했다.
그윈플렌 역을 맡은 규현님 역시 인상 깊었다. 일반적인 발라드뿐만 아니라 뮤지컬 넘버에서도 너무나 멋진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그 덕분에 이 공연은 비싼 돈을 주고도 아깝지 않은, 오히려 값진 경험으로 남게 되었다. 앞으로 매해 한 작품씩, 이렇게 뮤지컬이라는 예술을 꼭 경험하고 싶다. 내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고, 나라는 사람의 결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다.
러닝 10km
지난 연도 8월 신림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가장 큰 복지 중에 하나는 집 앞에 도림천이 있다는 것이다. 그 전부터 러닝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집 근처에서 러닝을 하기에는 집 앞 공터를 뛰는 정도..? 핑계 일수도 있지만, 그냥 풍경이 맘에 안 들었다. 그러다 보니 러닝을 자주하지는 못했는데 도림천은 가끔 부모님과 함께 산책하는 아이들, 운동을 하시는 어르신들, 도림천에 어떻게 있는건지 신기한 오리가족들을 보기도 듣기도 하면서 뛰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 감정으로 뛰게 되니 자연스럽게 자주 뛰게 되었다.
'글또' 커뮤니티에서 소모임으로 '달리또' 라는 커뮤니티를 이정일님께서 운영하고 계신데, 러닝크루처럼 거창한 건 아니고 때때로 러닝을 하시는 분들끼리 각자의 러닝 앱으로 커뮤니티에 달렸다는 것을 인증하는 소모임이다. 달리또를 통해서 러닝을 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정보들도 획득 할 수 있고, 지금까지 딱 한 번 이기는 했지만 같이 세 분이서 모여서 뛰었는데 다 같이 뛰니 생각보다 더 힘이 나기도 했다. 당시에는 5km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덕분에 지금은 한 번 나가면 대체로 5km는 뛰려고 하게 되었다.
1차 러닝 목표, 10km 달리기까지의 여정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개발자라는 직업을 택하고, 개발자가 된 지금도 개발자가 되기 이전에도 귀가 닳도록 들었던 조언이 있다."개발자로서 롱런하려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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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10km를 뛰게 되면서 후기를 작성하기도 했었다. 이 날은 10km 달성했다는 사실에 도파민이 터져버려서 바로 카페로 달려가 글을 작성했었다. 회고를 작성하면서 10km 후기를 다시 살펴봤는데, 그 때의 기록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고 정말 뿌듯했다는 그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날 이후로 더 열심히 러닝을 하게 됐던 것 같다. 당시에는 페이스가 '6.50' 정도 나왔었다면 지금은 어느새 '5.50'이 되어있다. 사실 이것도 적으면서 생각보다 페이스가 빨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많이 좋아졌구나. 나 자신 아주 대견해~" 달리또에 들어와서 10km를 뛰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올해는 20km 마라톤에 꼭 도전해 볼 계획이다. 계획을 위해서 4월 11일날 신청하는 10km 마라톤에 먼저 신청을 해서 한 차례 경험을 해 볼 생각이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일단 해보죠?"
나의 작은 조찬 모임
글또의 운영진인 용선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조찬 모임. 성윤님의 인프런 회고 밋업을 시작으로 글또의 오프라인 모임을 적지 않게 가지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만나면 만날수록 넓어지는 것 같은 나의 시야. 그리고 안정적으로 한 사람으로써 있을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사람들. 내가 느낀 이러한 경험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렇게 매주 주말에 한 번 작은 조찬 모임을 통해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일주일이 어땠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나로 인해서 타인도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경험은 나의 개발 가치관과도 일치하다보니 이 경험 또한 굉장히 즐겁게 다가오는 경험이었다.
일기
책상 구석에 방치해놓았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왜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적기 시작한 일기장의 페이지를 펼쳐봤다. 3월의 이야기와 이어지겠지만 이 시기부터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고민했던 흔적이 담겨있었다. "급하지는 않으니, 조금만 더 도와주자. 조금만 더 옆에 있어주자. 언젠가는 이런 상황도 다 흘러가겠지" 라는 말이 그 당시에 나의 감정을 보여준다. 일기장은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전부 비워내는 것에 도움을 주는데 이 때, 당시에는 흘러넘치는 마음을 어떻게든 담아두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보인다.
그 이후로도 몇 번씩 일기를 적고는 했지만 일기가 내가 알고 있는 일기가 아닌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때부터 였던 것 같다. 나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1월 말이 되어서야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고, 나라는 사람이 느끼는 현재의 감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던 것 같다.
독서 모임
12월에 글또에 계신 김은찬 님의 독서 모임을 통해, 난생처음 독서 모임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최근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소개하며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가 가진 다양한 생각과 인사이트를 얻는 자리였다. 당시의 경험이 너무 좋아 이번엔 내가 직접 독서 모임을 주최하게 되었다.
그렇게 여섯 명이 모여 각자의 책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펼쳤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고민과 그 고민이 담긴 책 속 주제들을 꺼내 놓았다. 이 모임은 단지 책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이후에 내가 '나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강점 검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월
낮술 낭독회
1월에 참여했던 독서 모임을 계기로, 책을 사랑하시는 이유영 님의 낮술 낭독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름은 '낮술 낭독회'였지만, 실제로는 퇴근 후 저녁에 모여 진행된 ‘퇴근 길 낭독회’ 였다. 모임 방식은 단순하지만 참 좋았다. 각자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을 가져와 간단히 소개한 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직접 낭독하는 시간. 그 때 나는 ‘성장’ 이라는 키워드에 깊은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회사에 들어와 여러 가지 업무를 해내고 있었지만, 정말 내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김창준 님의 『함께 자라기』였다. 개발자로서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다루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아, 그래도 나는 잘하고 있구나’라는 작은 안도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팀을 리드하는 위치에 있진 않기에, 책에서 말하는 많은 부분들을 완전히 체화하긴 어렵지만.. 언젠가 리더가 된다면 그때 다시 이 책을 꺼내 읽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날 이호동 님께서 ‘성숙의 4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무지 → 인지 → 의심 → 확신
지금의 나는 ‘인지’의 단계에 있는 게 아닐까 라는 말에 이상하리만큼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겪고 있는 혼란과 고민들이 그저 헛된 방황이 아니란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 나는 ‘의심’의 문턱에 발을 디딘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는 ‘확신’의 자리에 도달 할 수 있게 되었다.
일기 쓰기의 변화
일기를 계속 써오고는 있었지만, 매번 쉽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표현하는 일이 참 어려웠고, 결국 일기는 그저 하루의 '기록'에 그치곤 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을 했고,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그저 흐름만 적히는 날들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쓰는 일기로 내가 '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을까?”
답은 아니었다. 뭔가 방향이 잘못된 느낌이었고,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낮술 낭독회에서 일기 쓰기를 오랫동안 해오셨다는 이유영 님께 조심스레 부탁드렸다.
"혹시…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일기를 보여달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내 일기쓰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여쭤봤다. 놀랍게도,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유영 님은 선뜻 일기장 한 페이지를 보여주셨다.
그 페이지에는 그날의 고민과 감정, 한 사람의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이야기처럼, 단어와 문장 사이로 그날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일기를 보고 나는 깨달았다.
“아, 내가 쓰고 싶었던 건 이런 일기였구나.”
그 이후, 나는 조금씩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 드디어 나만의 일기 쓰기 방식을 찾았다. 바로 ‘너’라고 나에게 말을 거는 형식.
예전엔 늘 '나는', '내가'라고 적었다면, 지금은 '너는', '네가'라는 말로 내 감정을 묻는다. 마치 나 자신과 대화를 하듯.
"너는 왜 그때 그렇게 말했을까?", "그 말을 들었을 때, 네 기분은 어땠니?"
이렇게 나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어렴풋했던 감정들이 또렷하게 떠오르고, 그날의 나는 조금 더 분명해진다.
OpenFeign 오픈 소스 기여
글또를 통해 꾸준히 글을 써오던 어느 날, 나는 서비스 장애를 겪었던 일을 회고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는 게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디버깅하며 분석했고, 그 과정에서 관련된 오픈소스를 깊게 파고들게 되었다. 문제를 쫓다 보니 문제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이 너무 오래걸렸고 조심스럽게 PR(Pull Request)을 올렸다.
비록 단순한 주석 하나의 추가였지만, OpenFeign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며 PR이 승인되었다. 앞으로 이 코드를 접할 누군가에게는 작은 힌트가 되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뿌듯함이 남았다.
나는 늘 생각했다. 오픈소스 기여는 먼 훗날, 내가 한참 더 성장한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봐야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뭐라도 생긴다.
글또 덕분에 그 '뭐라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docs: Improve SpringQueryMap documentation by bombo-dev · Pull Request #1173 · spring-cloud/spring-cloud-openfeign
Problem When using the @SpringQueryMap annotation, it was difficult to discover the existence of the QueryMapEncoder class. The reference path is as follows: @SpringQueryMap -> @QueryMap -> @...
github.com
플랫폼 개발
도메인 개발보다는 플랫폼과 인프라 중심의 작업이 계속되었다. 특히 IaC(Infrastructure as Code)를 활용해 YAML 파일을 수정하고, 라우팅을 변경하는 등 프로젝트 전반의 설정을 끊임없이 다루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처음엔 신선했던 일도, 비슷한 구조와 이슈를 반복하다 보니 반복 작업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스트레스로 이어졌던 것 같다. 물론, 이 일들이 단순히 ‘귀찮은 일’은 아니었다.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혹은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일들을 회피하지 않았고,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해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반복적인 작업들이 나에게 시야의 확장을 만들어 주었다.
예전에는 눈앞의 서비스 코드만을 보고 있었다면, 지금은 인프라 전체 구조를 함께 바라보며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흐름, 자원 배치, 배포 전략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을 보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루했고, 버거웠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었다.
3월
이별
4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의 일상 절반을 함께 채워온 여자친구와 이별을 맞이했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오히려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과연 맞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마음 깊숙이 쌓여 있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런 말을 다시 꺼낸다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할 이야기였다. 용기를 내어 대화를 시도했지만, 준비가 부족했다.
하고 싶은 말, 정리해야 했던 마음들이 아직 어수선한 상태로 대화의 자리에 나아갔고, 결국 우리는 온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화는 의미 있었다.
서로가 감춰두었던 상처, 참아왔던 감정들을 조금씩 꺼내 놓았고, 끝내는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그 마음이 서로를 더 나아가게 하기보단, 오히려 반작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는 서로가 더 좋은 사람으로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함께했던 시간은 소중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은 수많은 추억으로 쌓였고, 다양한 취미도 공유하며 웃었던 순간들도 많았다.
연애의 끝에는 늘 성숙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번 이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내 안의 부족함을 마주했고, 특히 대화 방식에 있어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을 읽고, 나를 성찰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는 글을 작성하여 나의 대화의 부족함을 정리한 글이 '이전에 작성한 가까울수록 어려운 대화,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다.
가까울수록 어려운 대화,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대화"는 위키에 따르면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갈등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대화의 정의처럼 서로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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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J 모임
2월 어느 날, 글또봇의 아버지 김은찬 님으로부터 슬랙 DM이 도착했다. "ENTJ 모임을 열면 참석하실 의향 있으신가요?"
동일한 MBTI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나에게 특별한 에너지를 주곤 했다. 은찬 님과 대화를 나눌 때도, 또 다른 ENTJ들과 마주할 때도 느껴졌던 그 강한 연결감. 그래서 망설임 없이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ENTJ 다운 바쁜 일정 탓에 결국 모임은 3월로 미뤄졌지만, 그 날은 정말 신기한 하루였다. 은찬 님을 제외하면 대부분 처음 제대로 이야기 나눈 사람들이었음에도,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우리는 금세 서로의 에너지에 빠져들었다.
공감, 스트레스 관리, 후임 리드 방법, 피드백 방식, 꿈, 상상, 가치관... 주제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대화는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4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시간이 너무 짧다."
단지 MBTI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신기하면서도 따뜻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품은 채 헤어졌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심했다. 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
그렇게 바로 당일 탄생한 모임이 바로 ‘ENTJ또’ 이다. 이후로 흩어져 있던 수많은 ENTJ들이 모였고, 다음에는 무려 8시간짜리 모임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확신을 얻었다.
“나는 실행력이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 기획하고, 모으고, 만들고, 실행에 옮기는 그 모든 과정을 보며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나를 보았다. 그날 이후, 나는 나의 ‘실행력’을 더는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Rate Limiter 적용
서버 비용 감축과 안정화를 위해 Rate Limiter를 도입해보기로 했다. 알고리즘은 다양했지만, 빠르게 적용 가능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을 택해야 했다. 그래서 간단한 구조를 기반으로, 분산 환경에서도 원자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Redis를 활용한 Token 방식으로 구현을 진행했다.
도입 과정에서는 단순히 코드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 흐름에 맞는 적절한 임계값을 찾기 위해 트래픽 통계를 뽑아내며 여러 실험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수치 기반으로 판단하고 문서화하는 능력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트너사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서비스의 편의성과의 균형을 고려해 결국 도입은 보류되었다.
비록, 서비스에 도입은 하지 못했지만 데이터 기반의 판단과 설득, 그리고 빠른 진행과 소통을 통한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들어나가는 뜻 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시 적어보는 삶의 지도
2월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나는 뜻밖의 방식으로 나의 강점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글또의 김주원 님이 제안해주신 '삶의 지도 재작성 모임'은 그 여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삶의 지도’는 내 인생 전반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나는 두 단계를 거쳐 글을 써내려갔다.
먼저, 전체적인 인생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시간. 그 안에는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의 상처들도 있었다.
기억 저편에 밀어두었던 감정들을 꺼내는 건 두려웠지만, 이제는 마주할 수 있을 만큼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발산'했다. 어릴 적 생활기록부를 꺼내 보고,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나를 만나고,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겪은 일들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놓았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채로 꺼낸 기억들은 때론 혼란스러웠고, 나는 그것들을 나만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자주 듣던 말 "넌 열정이 대단해", "꿈을 대하는 태도가 멋져" 이 말들이 떠올랐고, 나는 ‘성격의 성장 과정’과 ‘꿈을 대하는 태도’를 주제로 한 편의 소설처럼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 글은 삶의 지도를 함께 쓰는 분들께 공유했다.
어느 날 문득 부모님과 식사를 하며 위와 같은 글을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드렸고, 밤 늦게 부모님에게 한 통의 카카오톡이 도착했다.
"시간되면 네가 쓴 글 보내줘. 읽어보고 싶어~" 카톡을 읽고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아들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들여다본 부모의 심정이 많이 아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편으로는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부모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그 덕분일까 나는 부모님과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 가족의 마음은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묶이게 되었다.
이렇게 1분기 동안 나는 '삶의 지도'라는 여정을 통해 내 인생에서 구멍이 빠져있던 한 조각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렇게, 2025년 3월 30일, 글또 10기의 활동이 종료되었다.
함께여서 도달 할 수 있었던 1분기
나의 인생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글또,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따뜻한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여정은 결코 혼자서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용기 내어 글또라는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등을 밀어준 나의 친구들, 글또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나눠준 모든 이들,
그리고 이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변성윤 님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2025년 1분기의 회고를 여기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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