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트렌비에서 서버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2025년 10월 20일 토스뱅크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 글은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쓰게 되었다.
이직의 계기
이직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연봉을 누군가는 재밌는 일을 또 누군가는 더 나은 문화를 찾는다.
나에게는 ‘토스’라는 회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세상에 혁신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그 여정 속에서 열정을 다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 마음 한켠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그런 곳에 합류하기엔 아직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늘 따라붙었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트렌비에 대한 애정도 컸고, 이곳에서도 분명 내가 이루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회사 전체의 시스템과 과정을 바라볼수록,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저 동경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서 성장하며 스스로를 단단히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시장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는 혹은 내 주변에서는 내가 잘하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지만, 어쩌면 ‘우물 안의 개구리’ 일 수도 있었다. 외부의 시선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은 더 열심히 하고 싶었던 마음과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했을 것이다.
그렇게 이력서를 다듬기 시작했다. 트렌비에서는 서버뿐만 아니라 기획, 클라이언트, 인프라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내고, 어떤 임팩트를 냈는가” 에 초점을 두었다.
이력서 피드백
지인들에게 이력서를 보여드렸고, 여러 피드백을 받았다.
- 이력서 내용이 방대하다.
- Server Developer로 지원한다면 기술적인 부분이 더 잘 드러나면 좋겠다.
- 날짜순이 꼭 정답은 아니다. 임팩트 있는 프로젝트를 위로 올려보는 건 어떨까?
모든 피드백들이 와닿았지만 그 중 가장 와닿는 피드백은 아래와 같았다.
“Server Developer로 지원하신다면, 기술적인 부분이 더 잘 드러나야 해요.”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중점으로 적기 보다는 오히려 회사의 목표와 나의 사고를 얼마만큼 일치시켜서 일을 하고 임팩트를 내었는지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 일 것이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어떨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엔지니어로서 당연히 기술적인 부분은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그 외의 가지고 있는 부가적인 장점을 드러내는 사람을 좋아할 것이 자명했다. 피드백을 듣고 다시 이력서를 살펴보니 근본적인 엔지니어링에 대한 언급보다 부가적인 장점들이 더 부각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가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엔지니어링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고 부가적인 면은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쳤다.
이후 모의면접을 부탁드리면서, 나의 이력서를 보고 내가 의도한대로 면접관 분들이 궁금한 부분들을 유도하고 답변 할 수 있는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나라는 사람은 토스에 입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이 인상 깊었던 부분도 있고 시장평가를 내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곳에서 첫 도전을 시작하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들과 일을 한다면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만 같은 느낌이었다. 조심스럽게 사내 추천을 부탁드리며 토스의 면접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렇게, 추천사를 잘 써주신 덕분에 여러 계열사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1차 면접 – 토스코어
첫 면접은 토스코어에서 진행되었다. 내가 동경하는 회사에서 처음 기술 면접을 보다 보니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면접은 JD에 나와 있는 그대로, 그리고 익히 들었던 대로 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술적 깊이를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내가 맡았던 프로젝트 중 '기술적으로 더 있어 보이는 것’을 선택했고, “이 정도면 조금이라도 더 기술적으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1시간 반 동안 토론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면접이 끝난 뒤 느낀 점은 단 하나였다.
“내가 면접관이어도 나를 안 뽑겠다." 부족함이 분명했고, 그 만큼 후회가 많이 남는 면접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 덕분에 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1차 면접 – 토스뱅크
먼저 이야기에 앞서서 토스뱅크 채용팀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다.
토스뱅크 1차 면접을 준비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토스 채용팀의 태도였다. 내가 서류를 통과시켜 미래의 팀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꼭 좋은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진심을 다했다. 토스의 JD(Job Description)는 채용공고에도 잘 나와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디테일하게, 면접을 잘 볼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채용팀 함성준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시 이어서, 불합격을 예상해서 그랬을까. 생각보다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뱅크 면접을 보기 전에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전에 설명했던 프로젝트를 보완해서 가져갈까'
'내가 리드를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는 것이 좋을까'
1차 면접을 보고 느낀 것 중에 하나는 기술적인 답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면 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추천을 해주신 분 또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어떤 특정 기술을 잘 쓰기 보다는 그 상황에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셨는가를 더 중점으로 보게 될거에요.
솔직히 기술적인 깊이는 저희도 사용해야 될 때 종종 까먹고는 해서 늘 docs 를 보거든요.
면접이 기술지식 자랑 배틀은 아니잖아요.
이 얘기를 듣고 내가 리딩했던 프로젝트를 주제로 면접을 보기로 진행했다.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으며 정말 많은 시도도 했기 때문이다.
면접에서는 내가 리딩했던 프로젝트를 주제로, 왜 특정 기술을 선택했고 어떤 고민을 거쳤는지,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이야기했다. 면접을 잘 볼 수 있도록 편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면접관분들과의 대화는 마치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고, 면접을 보는 그 순간에도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느꼈고, 2시간이라는 면접 과정이 즐거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면 정말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어에서의 면접과 달리 뱅크에서의 면접을 마치고 나서 스스로에게 했던 말은 이번엔 달랐다.
“그래,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 다시 되돌아가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이었을거야.”
그리고 다음날, 합격 소식을 받았다.
2차 면접 – 문화적합성
2차 면접은 총 3시간 동안 진행예정이 되어있었다.
1차 면접에서와 동일하게 채용팀에서는 문화 면접을 꼭 잘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화 면접을 준비하기 전 보면 좋을 아티클, 태도 등을 디테일하게 가이드 해주셨다. 그 덕분에 재미있는 책도 많이 읽으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도 했다.
2차 면접 전에도 추천인 분께서 해주신 말씀은 "첫째도, 둘째도 솔직함" 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정말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사실과 다르게 자신을 꾸며 말하더라도, 결국 그 모습으로 회사 생활을 이어가긴 어렵다. 꾸며낸 말로 사람을 현혹시키기 보다 나라는 사람이 그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문화적합성 면접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면접을 준비하면서 글또를 운영하시는 성윤님이 추천해주신 삶의 지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 세 번 정도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덕분에 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었고, 놀랍게도 그 회고 속 경험들이 면접 중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이야기로 이어졌다.
“내가 왜 토스뱅크에 합류하고 싶은가”에 대한 나만의 이유를 스스로에게도 다시 물었다.
면접에서는 규칙 없음 책과 The Work 시리즈, 그 동안의 일 경험에서 느꼈던 고민들을 솔직하게 나눴다.
내 경험과 가치관을 그대로 이야기했으며, 궁금한 질문에 대해서는 면접관분들 역시 진심으로 답해주셨다.
회사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나라는 사람을 되돌아 볼 수 있는 2차 면접에서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결과는 놀라울 만큼 빨리 도착했다. 면접이 끝난 지 1시간쯤 후에 인사 담당자님께 전화가 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후, 레퍼런스 체크와 협상을 마치고 나는 면접에서의 경험과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열정있는 동료들을 보고 토스뱅크로의 합류를 결심했다.
퇴사와 인수인계
토스로의 이직이 확정되었기에, 회사에도 그 소식을 전했다.
퇴사일은 17(금), 입사일은 20(월) 추석 연휴를 보내고 와서 더 쉬기 보다는 얼른 입사해서 토스 팀원분들과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입사 전날까지만 해도 1주일 더 쉴걸 그랬나 싶었지만, 입사를 한 지금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도 인수인계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주시기는 하셨지만, 회사가 바쁜 시기였던만큼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
하지만, 모든 팀원분들께서 본인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회사를 가게 된 것 같다. 좋은 회사를 가게 되어서 축하한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그 말씀들이 참 고마웠다.
신입으로서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좋은 팀원들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었고 성장 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좋은 경험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신 부분'이다.
내가 내린 기술적 고민과 선택들을 모두 존중해주셨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드-오프를 배울 수 있었으며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도전하는 것도 늘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셨다. 그렇기에 수 없이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한 회사에서 클라이언트, 백엔드, 인프라를 다 건들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주시는 것도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권한을 믿고 맡겨주셨다는 사실이 지금도 너무 감사하다. 모든 팀원분들께 이미 인사를 드렸지만,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내가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프로젝트의 히스토리 파악이 가장 어려웠다. 첫 입사로 어떻게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했는지를 몰랐으며, 무엇을 보고 결정을 내려야하는지도 모호했다. "가장 확실한 인수인계는 개발자가 남기는 코드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달리 후임 개발자가 해당 도메인에 대해서 무엇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기에 인수인계에 그간 담당했던 히스토리와 의사결정 과정을 가능한 한 자세히 남겼다.
물론, 몇 가지는 미처 기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든 편하게 연락 달라는 말을 덧 붙였다.
보이스카우트 규칙은 어디에서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여정
토스뱅크에 입사한 지 어느덧 2주차가 넘어가고 있다.
아직은 온보딩 중이라 배워야 할 것도, 알아가야 할 것도 많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즐겁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운이 좋게도 같은 스쿼드에 동기 디자이너가 있었고, PO님과 서버 개발자님 모두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분들이라 함께 논의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늘 유쾌하고 자극적이다. 한편으로는, "이래서 문화 적합성을 더 중요하게 보시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매일이 배우는 시간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리고 혹시 토스로의 합류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길 권하고 싶다.
합격이 아니더라도 분명 그 과정은 당신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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